2008년 09월 20일
자원봉사의 uncanny valley
uncanny valley란, 일본의 로봇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1970년에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소개한 현상이다. 로봇이 사람과 닮으면 닮을수록 사람들은 그 로봇에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닮은 정도가 어느 정도를 넘어 인간과 너무 유사해지면 급격히 호감도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uncanny valley를 번역하면 '불쾌한 골짜기'정도가 되는데, 인간과 닮은 정도를 가로축에 놓고 호감도를 세로축에 놓으면 인간과 완전히 닮은 100%지점의 바로 앞에서 호감도가 급감하는 골짜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간과 너무 유사한 로봇이나 모형을 봤을 때 급격한 혐오감을 느낀다.
그런데 나는 이런 uncanny valley현상이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에서도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 부(富)의 수준이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능력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도울 때는 자기가 마치 천사라도된냥, 기분좋게 '봉사'를 한다. 이런 기분좋은 봉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특정 시설(보호 시설, 요양원)이나 특정 지역(달동네), 혹은 특정 국가(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 남미나 아시아 지역의 빈국)에 몰려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용어 자체가 이런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처한 환경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그에 반해 충분히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도울 때는 뭔가 켕기고 불편한 것을 느낀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 가서 이른바 '장면 나오는'그런 봉사를 하다 온 사람은, 실제로 한 일에 비해서 과장되게 대단한 이타심을 가진것처럼 평가 받지만,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교회라든지 어떤 집단에서 온갖 아귀다툼을 하며 주변사람을 몰락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는다.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생각해봐도, 경쟁상대의 곤란을 해결해주거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같은 회사나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커녕 경쟁 사회의 원리를 몰각한 또라이로 취급되는 지름길이다. 도와준 사람도 도와준 행위에 계속 "괜한 일을 했구나."라는 찜찜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자신은 경쟁상대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자신을 이길 가능성이 없는', 그런 상대에게 한정된다.
물론 필요한 도움의 성격이나 정도가 두 경우에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본질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지적하고 싶은 것은, '타인을 돕는 것'을 특정화시켜 사고하는 위선이다. 멀리있는 쓰레기장에 가서 깡통 몇 개나 끼적거렸으면서 성인흉내나 내다가, 정작 집 앞에 있는 쓰레기장은 냄새난다고 도망가는, 그런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 by | 2008/09/20 17:35 | 피안선생의 사랑 | 트랙백 | 덧글(1)



